중앙데일리

Beyond divisiveness

함재봉의「한국사람 만들기」와 나라 지키기

Nov 11,2017
It is frustrating and annoying to see the politicians forever bickering and fighting amongst themselves, heedless to the challenges of our times. The pitiful state of Korean politics stems from the deep factiousness in our society. It may not be an individual or a group’s fault. Our turbulent history and divisive legacy might have made us suspicious and discordant. We may have to do some soul-searching by exploring what thoughts have helped to shape our society.

A recently released epic study of the Korean race — “Making of a Korean: Part 1” by political scholar Hahm Chai-bong — could be a start. Dr. Ham, president of the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says the identity of the Korean race cannot be defined by one or two unchanging characteristics. The identity of a race is reshaped by each contemporary generation. He cites American anthropologist Clifford Geertz, who said, “Man is an animal suspended in webs of signification he himself has spun.” To define a Korean or who we are, we must first investigate what our “webs of significance” have been. That has become the purpose of Ham’s expansive anthropological study of Koreans.

He parsed the making of the Joseon people through the creation of Joseon from Goryeo in the late 14th century. When the Joseon era came to the end in the late 19th century, he went on to investigate modern Korean people until the late 20th century. In the process, he identified pro-China conservatives, pro-Japan reformists, pro-American Christians, pro-Soviet communists, and ethnic nationalists. The five characters blended into a Korean persona.

Dr. Ham’s analysis was refreshing and bold. The Korean anima could be comprehended by looking at the political, international and ideological contexts of the five types of groups. Studying the Korean people and their traits in the context of social dogmas that panned out over several generations can be not only interesting and insightful but also can suggest the cause of the divisiveness in our society.

The building of generational dogmas have been influenced by external factors. For instance, King Sejong 600 years ago displayed excellent leadership by benchmarking the Ming dynasty, which emerged as a global power by combining the economic and political systems of the Song Dynasty — which became the world’s richest in the 11th century through upgraded farming methods, steel production, and inventions like the compass — with neo-Confucius thought of the times to build a new foundation for Joseon government and society.

Partly because of its geography, Korea suffered a lot during transitional periods in the international order. Koreans became more inwards during the time China rose to a hegemonic power through wars with Japan. The aggressions of Japan in the age of imperialism in the late 19th century turned the Hermit Kingdom people to independence movement activists.

120 years later, Koreans face an epochal turning point in the international order after they lost sovereignty, became colonized and were divided in a war. Ethnic Koreans, including those who spread out to various parts of the world after they lost their country in the early 20th century, number over 80 million today. The people in South Korea have built this nation as a democratic and multi-racial society with pride in freedom, human rights and our cultural legacy. We no longer insist on a homogeneous society, but consider ourselves a proud member of the global community. We must polish our democracy based on diversity and inherit our ancestors’ passion and devotion to the nation to overcome our weakness of divisiveness and become strong defenders of this land.

Lee Hong-koo, an adviser to the JoongAng Ilbo and a former prime minister



이 어려운 시기에도 끈질기게 지속되는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실망감은 날로 깊어 가고 있다. 이런 한국 정치의 딱한 모양은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깊이 뿌리내린 사분오열 증세에 있다는 진단을 무시할 수도 없다. 어느 한 사람 또는 한 집단의 잘못이나 책임보다도 우리 역사의 유산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분열의 유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대체 우리나라와 사회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만들어 온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자아진단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외 사정이 극도로 어수선한 바로 이때에 함재봉 박사의 대기획인 『한국 사람 만들기』 제1권이 출간된 것은 여러 면에서 시의적절하며 의미 깊다 하겠다. 함 교수는 ‘한국 사람’이란 공동체의 정체성을 한두 가지의 변치 않는 본질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결국 민족의 정체성은 각 시대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가 참고한 문화인류학자 크리퍼드 기어츠의 말대로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 낸 의미의 망(거미줄) 위에 얹혀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한국 사람은 누구인가’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담론의 틀, 즉 ‘의미의 망’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사람의 계보학을 과감히 시도한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며 학문적 중요성이다.

고려에서 조선조로 넘어온 14세기 말에서 시작된 ‘조선 사람 만들기’가 19세기 말에 와 해체에 이르고 20세기 후반 ‘한국 사람 만들기’로 이어진 과정을 친중위정척사파, 친일개혁파, 친미기독교파, 친소공산주의파, 인종적 민족주의파 등 다섯 가지 담론의 틀 속에서 이루어진 다섯 종류의 한국 사람 성격 형성 과정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이는 방법론적으로도 과감한 실험으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한국 사람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인간형의 정치적, 국제적, 사상적 배경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시대에 걸쳐 전개되었던 담론들을 이러한 틀에 맞춰 되짚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에 더해 오늘의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힌트를, 예컨대 사분오열증의 원인을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지난 시대의 담론들을 살펴보면 자생적인 것도 있지만 외부의 영향을 받았던 것도 많다. 자생적이든 외래적이든 제도나 이념을 스스로 선택한 주체가 한국 사람이었기에 상대적 주체성에 대한 시비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함 교수의 입장이다. 예컨대 내년이면 즉위 600주년이 되는 세종대왕은 강남농법, 철의 대량생산, 나침판 등의 발명으로 11세기에 이미 세계 최대 경제를 이루었던 송나라의 경제 및 정치제도와 주자학적 사회규범을 조합해 국제질서의 패권국가로 등장했던 명나라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조선왕국과 조선 사람들의 기틀을 다진 것이 바로 공동체 운영에 출중한 능력을 과시한 예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제질서의 전환기는 한국 사람에게 수난의 시기가 되어 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중국의 패권국가가 명에서 청으로 바뀌는 시기에 경험한 한국 사람의 고초는 개방성보다는 쇄국적 경향을 고조시켰으며,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의 도래가 중일전쟁 및 노일전쟁에서의 일본의 승리와 겹치며 한국 사람은 쇄국을 넘어선 독립운동기로 들어서게 된다.

그로부터 120여 년, 한국 사람들은 국권의 상실, 식민지 시대, 동서냉전과 남북분단 및 전쟁의 시대를 넘어 다시 한번 세계사와 국제질서의 획기적 변혁기를 맞고 있다. 20세기 초부터 나라를 빼앗긴 채 지구촌 곳곳으로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 구성원은 오늘날 8000만 명이 넘었다. 그 중심을 자처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자유·인권·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민주적 다원사회를 지켜 가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단일민족의 신화를 넘어 다민족사회임을, 지구촌의 모범적 시민임을 선언한 한국 사람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인은 유엔사무총장·국제형사재판소장·국제해양법재판소장과 같은 국제질서 유지의 중책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지구촌의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기에 한국 사람은 자유와 평화를 지켜 가는 나라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끝없이 이어질 ‘한국 사람 만들기’에 정진할 것이다. 다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한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앞서 간 선조들이 담론의 기조로 삼았던 나라사랑 전통을 계승하며 사분오열증을 넘어선 굳건한 나라지키기로 한국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때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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