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데일리

A long winter in Japan (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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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7,2019
YOON SEOL-YOUNG
The author is a Tokyo correspondent of the JoongAng Ilbo.

A few months ago, I was walking with my daughter in downtown Tokyo on a weekend day. There was a man with a microphone at a small square in front of a department store. The Rising Sun was hoisted, and there was a black propaganda flag. I could see that it represented a far-right group.

“The neighbor is a country that does not keep promises and treats international law as rubbish. Koreans do not keep promises.”

My heart dropped. I had to listen to the hate speech on a peaceful weekend day. I fled out of fear that my daughter would hear it. Anyone who has ever listened to a far-right speech would know how horrifying and unpleasant it is. A Korea-Japan festival was held at a nearby park that day. On the day celebrating the partnership of Korea and Japan, I felt like I was stabbed in the back.

“Korea is violating international law.” Since the Supreme Court decision on the forced labor on Oct. 30, 2018, I hear this at least once every day. The rhetoric is simple, and the argument requires a long explanation on the “different interpretations of the agreement.” The Japanese government’s claim is featured on television, radio and the internet and in newspapers and magazines. Japanese viewers think that’s the truth, and Korea becomes a strange country. It is understandable that 69 percent responded in an opinion poll that there is no need to rush in improving Korea-Japan relations if concessions have to be made.

It is the result of labeling Korea that lasted more than a year. In Japanese society, there is a negative mood when it comes to Korea. There is no agreement, but general anti-Korean sentiment dominates Japanese society. A Japanese friend said I was responding sensitively to a mere political claim. Political claims mixed with hatred on Korea are hovering like heavy air. Even a person with a strong heart feels intimidated.

When I receive unfriendly treatment at a restaurant or a store, I wonder if the bad treatment is because I am Korean. I wonder if my daughter is standing at the back row at a school performance because she is Korean, not because she’s tall. I don’t open Korean search sites on my smartphone when I am on the subway. In fact, a man approached me and said, “You are reading Korean.”

Will Korea-Japan relations improve in the new year? Will the relationship go back to what it used to be with a solution on the forced labor? Things collapse at once, but it takes twice the time to rebuild. Spring will come, but it may not feel like spring. Winter is long.

JoongAng Ilbo, Dec. 6, Page 32
2019년 무거운 혐한의 공기
윤설영 도쿄 특파원

몇 달 전 일이다. 휴일 낮, 딸과 함께 도쿄 시내를 걷고 있었다. 백화점 앞 작은 광장에서 마이크를 든 남자가 서 있었다. 주변엔 욱일기가 날리고 있었고, 검은색 선전차량도 있었다. 한눈에 우익단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 국제법을 쓰레기로 아는 나라가 바로 옆 나라입니다. 한국인은 약속 따위 지키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한가로운 휴일 낮, 이런 혐오적 발언을 들어야 하다니. 혹시라도 딸아이가 알아들을까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일본에서 우익들의 웅변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소름 끼치게 불쾌한 기분을. 이날은 근처 공원에서 한일축제한마당이 있었다. 모처럼 “한·일은 함께 해야 하는 이웃”이라고 손잡은 날,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한국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하루에 한 번은 듣는 말이다. 논리가 간단해서 “협정문 해석의 차이”로 반박하다 보면 설명이 길어진다. TV 뉴스는 물론 신문, 잡지, 라디오, 인터넷 할 것 없이 일본 정부의 주장만 나온다. 일본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게 ‘진리’인 줄 안다. 한국이 이상한 나라인 게 당연하다. 여론조사에서 “양보해야 한다면 한·일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답한 게 69%나 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1년 넘게 계속된 한국에 대한 ‘라벨링(labeling)’ 작업의 결과다. 일본 사회 전반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공기가 흐르고 있다. 누가 뭐라 약속을 한 건 아니지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혐한(嫌韓)의 공기가 일본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일본인 친구는 “정치적 주장일 뿐인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치적 주장과 한국에 대한 혐오가 교묘하게 섞여 무거운 공기처럼 떠돌아다닌다. 제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식당이나 상점에서 불친절한 대응을 받으면 “내가 한국인이라 그런가” 의심하게 된다. 어린이집 학예발표회 때 내 딸이 가장 뒷줄 맨 끝에 서는 건 “키가 제일 커서가 아니라 한국인이어서 그런 건가” 싶다. 전철에서 스마트폰을 쓸 땐 초록색 검색창은 열지 않은지 오래다. 실제로 어떤 남자가 “오호, 조선어를 읽는구나”라며 시비조로 다가온 적도 있었다.

해가 바뀐다고 한·일관계가 좋아질까. 강제징용 해법이 나온다고 해서, 예전 같은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다시 세우는 건 곱절의 시간이 필요하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을 것 같다. 겨울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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