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데일리

Pyongyang officials get capitalism lessons in U.S.

“시장경제 배우러 왔습네다” 미국 찾은 북 경제관료 12명

Mar 26,2011
A North Korean economic delegation walks to the Institute on Global Conflict and Cooperation (IGCC)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on March 22. They traveled to the United States on a private visit to learn about capitalism and the market economy. By Joo Young-sung

SAN DIEGO, California - A tour bus with black tinted windows pulled up to a hotel in La Jolla, San Diego, at 5:30 p.m. on Monday and from it stepped out 12 strangers from a strange land.

The 12 were so-called “economic envoys” from North Korea who, according to their host, came to learn about American-style capitalism for one week.

Susan Shirk, director of the Institute on Global Conflict and Cooperation (IGCC)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invited the envoys, all North Korean officials in charge of economic affairs.

The IGCC is one of the United States’ influential, private diplomatic channels for dialogue with the communist country.

The U.S. government calls the envoys’ mission a private trip, but some North Korea watchers are trying to read more into it.

Could it be a signal that the North is finally getting serious about introducing more market-based economic reforms as leader Kim Jong-il searches for substantial achievement to smooth his relinquishment of power to his youngest son Jong-un? Has the reformist message that China, its closest ally, has been hammering home for years finally gotten across? Or is the envoys’ mission just a conciliatory gesture to try to woo food aid from the U.S. amid a deepening food crisis?

One of the 12 North Koreans admitted to JoongAng Ilbo reporters that they came to the U.S. to study the market economy. But none answered why they wanted to.

The attempt to interview them was cut short when the North Koreans got nervous. The reporters only could ask one additional question about whether the envoys knew about the democratic movements in the Middle East.

“We are not deaf,” one replied.

For the week, they will study capitalism at the IGCC building, 10 minutes away from the hotel.


By Kim Ki-jung, Joo Young-sung [j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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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배우러 왔습네다” 미국 찾은 북 경제관료 12명

UC샌디에이고 대학서 초청

21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라호야에 위치한 에스탠시아 호텔. 유리창이 모두 검은 틴트(고급스러운 선팅의 일종)로 가려진 리무진 버스에서 12명의 ‘이방인’이 내렸다. 최고급 호텔로 들어선 그들은 ‘북한 경제대표단’ 인사들. 12명이 모두 북한 경제관료들이었다.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중국항공편으로 LA에 들어온 이들이 미국 땅을 방문한 목적은 바로 ‘자본주의 학습’에 있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1주일간 ‘소비자 행동론’ 등의 자본주의 경제론을 배운다.

이들을 초청한 이는 UC샌디에이고 산하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 수전 셔크 소장. IGCC는 6자회담 당사국 정부 관계자와 비정부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표적 민간외교기구다. 북한 경제 사절의 방미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과연 북한이 김정은 후계 세습과 맞물려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라도 도입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일까. 그러나 궁금증을 풀기엔 북한 경제대표단 보호작전이 너무 삼엄했다.

북한 경제대표단이 묵고 있는 호텔은 경비원을 고용해 철저히 기자의 접근을 막았다. 심지어 기자가 묵고 있는 방이 2층에 위치한 북한 대표단 숙소와 가깝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곤 기자에게 방을 3층으로 옮기라고 요구해 결국 방까지 옮겨야 했다.

하지만 철통 같은 보안도 ‘식후 끽연’의 빈틈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북한 경제대표단이 호텔에 투숙한 지 네 시간 뒤인 오후 9시30분. 저녁 식사 후 숙소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온 이들 일부와 인터뷰가 이뤄졌다.

대표단은 2층에 위치한 독방을 사용했다. 하지만 흡연이 허용되는 발코니가 있는 방은 두 군데였다. 이곳으로 네 명이 몰려들었다.

기자는 1층 잔디밭에서 까치발을 한 채 흡연 중인 ‘4인방’에게 ‘중앙일보 기자’라고 알렸다.

“가서 식사나 하라우. (안 그러면) 병나.”

어두워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걸쭉한 북한 사투리가 들려왔다.

-이번 미국 방문 목적이 뭡니까.

“미국 경제를 보러 왔습니다.”

4명 중 한 명이 답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모두 ‘북한 경제관료들’이라고 했다.

-오늘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미국 경제 많이 배우셨나요.

“이제 시작인데…. 오늘 하루 종일 길에서 보냈어.”

- UC샌디에이고에선 무엇을 배웁니까.

“동무가 초청한 것도 아닌데… 학교 측에 물어보라우.”

-시장경제를 배운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어떻게 알았어….”

-북한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배우는 이유는.

“….”

-김정은 장군이 잘 통치하고 있습니까.

“….”

잠시 침묵 후에 한 명이 “(우리는) 정부 관리들이라 (그런 질문은) 곤란합니다”고 물음을 막았다.

-일본 지진 소식도 들으셨는지요.

“지진은 자연재해인 것을… 안타깝지요.”

-이집트와 리비아 사태도 알고 계십니까.

“(우리도) 귀머거리가 아닌데… .”

발코니에 모여 있던 4명과 얘기를 나눈 다음 다른 방 발코니에 편히 앉아 긴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한 명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는 눈을 감은 채 “쉬는데… 프라이버시”라는 짧은 대꾸만 했다. 북한 주민들도 이집트·리비아 사태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엔 “피곤합니다. 선생도 어서 가서 쉬라우”란 말만 하고 더 이상의 말을 막았다.

북한 경제대표단은 21일 호텔에 도착한 뒤 간단한 미팅을 갖고 초청자인 수전 셔크 IGCC 소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은 오후 6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와인도 서너 병을 비웠다고 한다. 만찬장 역시 기자에겐 접근이 제한됐다. “북한 경제대표단에 말을 걸면 호텔에서 내보내겠다”는 경고도 있었다. 먼발치에서 만찬장을 바라봤더니 12명의 북한 대표단 중 지도급으로 보이는 4명은 셔크 소장과 함께 앉았고 나머지 8명은 IGCC 관계자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만찬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비원의 안내를 받은 대표단은 뒷문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이날 저녁 식사 후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발코니로 나온 북한 대표단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이들이 묵고 있는 숙소 중 일부는 자정 넘어서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숙소 창밖으로 리비아 사태 속보를 전하는 폭스뉴스의 TV 화면이 실루엣이 돼 비치고 있었다.

다음 날인 22일. 북한 대표단의 아침은 6시30분쯤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 시간 뒤 일행 중 5명이 먼저 식사를 하러 호텔 식당을 찾았다. 3명은 편안한 와이셔츠 차림이었지만 2명은 김일성 배지가 달린 정장 차림에 올백 머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화 없이 묵묵히 뷔페 음식을 먹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기자가 “잘 주무셨느냐”고 묻자 대표단 중 선임인 듯한 사람이 “식사 중입니다”고 말을 끊었다. 어제 저녁의 발코니 인터뷰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호텔 로비에 모여 있는 북한 대표단에 기자가 다가가자 대표단 일행 중 한 명이 “나가라우”라고 소리쳤다.

결국 호텔 경비원으로부터 “3분 내 짐을 싸서 호텔을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 경비원은 “이 시간 이후로는 대표단이 나갈 때까지 호텔 투숙을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북한 대표단은 호텔에서 10분 정도를 걸어서 UC샌디에이고의 IGCC 건물까지 이동했다. 이들은 이번 주말까지 이 건물 강의실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소비자 행동 등에 대한 수업을 듣는다. 강의실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는 밀실 구조다. 1주일 뒤 이들 대표단이 강의실 문을 열고 나올 때쯤이면 그들의 손에 북한에 ‘시장경제’를 파종하기 위한 작은 씨앗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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