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아닌 가족이던 소 … 멍에 내리고 굴레 벗더니 배곯아 죽기에 이르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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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아닌 가족이던 소 … 멍에 내리고 굴레 벗더니 배곯아 죽기에 이르렀구나

우리 민족에게 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었다. 사람과 함께 한평생 논밭을 일구고 짐을 나르는 일꾼이자 가족이었다. 코뚜레를 끼우고 멍에를 지웠지만 생구(生口)라 불렀다. 함께 먹고 함께 사는 한 식구란 의미였다.

정조 때 문인 이옥이 들려주는 소 얘기가 재밌다. 이옥은 뛰어난 글재주에도 불구하고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주창한 정조에게 ‘바르지 못한 문장’으로 찍혀 벼슬길이 막힌 선비였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자기 글을 고집해 오늘날 우리에게 옛 사정을 전한다.

“소가 무거운 써레를 끌고 높은 비탈을 오르는데 미끄러져 뒷걸음질하면 사람이 꾸짖고 때려 급박하기가 숨조차 쉴 수 없다. 그래서 경기도 소들은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수척하며 목덜미에 굳은살이 박이고 등이 움푹 파였다. 하지만 날마다 백여 리를 가고 짐을 높이 싣고 밭을 오래 갈아도 피로해 보이지 않는다.” (『완역이옥전집』)

그런데 이옥이 어느 날 충청도를 지나다 살찐 소를 놔두고 혼자서 보리밭을 가느라 애먹는 농부를 보았다. “시험 삼아 ‘소에게 일을 시켜보라’ 했더니 소는 쟁기를 이기지 못하고 열 걸음도 옮기기 전에 헐떡거렸다. 차마 볼 수 없어 멍에를 벗겨줬는데 그 소는 저녁 때까지 먹지도 않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소 주인이 근심하며 ‘소고기가 줄어든 것이 이백 닢이오’ 했다.”

그 소는 이른바 육우였던 셈이다. “호서지방에서는 백성들이 대체로 소를 재산으로 삼는다. 송아지 적부터 보리와 콩을 삶아 하루에 세 구유씩 먹이고 날마다 긁고 씻겨 때깔을 좋게 만들고 사람이 타지도 물건을 싣지도 밭을 갈게 하지도 않으니 혹시 살이 찌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예부터 소들도 팔자가 달랐던 것이다. 어떤 팔자가 나을지는 모를 일이다. 고된 일을 하던 소는 천수(天壽)를 누렸지만 맛난 음식만 먹던 소는 몇 년밖에 살지 못했으니 말이다. 도살이 금지됐었지만 수요가 많다 보니 밀도살이 성행한 까닭이다. “제사와 잔치•봉양•간병에 오로지 소고기만 쓴다. 뿔•가죽•발굽•털•기름•뼈 등 모두 찾는 사람이 있다.” 거기엔 지위고하가 따로 없었다. 비슷한 시기 정조의 한탄을 들어보자. “왕손이 법을 어기고 소를 잡아 몰래 고기를 파는가 하면 (…) 너무도 부끄러워 할 말이 없다.” (『정조실록』)

오늘날 생구는 거의 없다. 대신 멍에도 벗고 일도 하지 않는다. 3년도 못 살지만 맛난 사료를 먹는다. 그런데 굶어 죽는 소가 나온다. 소값이 떨어지고 사료값은 오르기 때문이란다. 그게 소 잘못인가. 예나 지금이나 소는 소일 뿐인데 ‘일하는 천수’도 ‘배부른 몇 년’도 아닌, 팔자에 없는 죽음을 강요하는 인간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어찌할꼬.

이훈범 문화스포츠 에디터

내가 한 영작

ⓐTo the Korean ancestors, a cow was not just ⓑanother livestock. It was an essential part of the family that ⓒprovided help in farming and carrying loads. While a cow ⓓwore a nose ring and a yoke was put on, it was ⓔcalled "Saenggu," which means a member of the family that eats and lives together.


ⓐ To the Korean ancestors → To ancient Koreans 한국의 조상이라는 표현 보다는 옛날 한국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타당함
ⓑ another livestock → another animal 가축은 기본적으로 특별한 면이 있으므로 여느 동물과는 달랐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음

ⓒ provided help → helped with 동물이 provide(제공)한다고 표현하지는 않음
ⓓ wore a nose ring and a yoke was put on → was given a nose ring and a yoke put on은 입거나 착용하는 경우에 쓰이지만 wear는 이미 착용하고 있는 상태에 쓰임, 동물에게 씌우는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was given으로 표현
ⓔ called "Saenggu," which means a member of the family that eats and lives together → a saenggu, or member of the family 당연하거나 불필요한 표현 생략

Writing Tip

ⓐTo ancient Koreans, a cow was not just ⓑanother animal. It was an essential part of the family that ⓒhelped with farming and carrying loads. When a cow ⓓwas given a nose ring and a yoke, it was ⓔa saenggu, or member of the family.

내가 한 영작

Lee Ok, a man of letters ⓐfrom the reign of King Jeongjo, ⓑhas written an interesting story about a cow. ⓒDespite his outstanding literary talent, his writing was "improper sentences" by Jeongjo, who advocated the restoration project. Lee Ok was banned from serving in the government, but he continued to write in his style.
"When ⓓa cow slips and takes backward steps while pulling a heavy cart and climbing a steep hill, the master reproaches and presses the cow urgently. So the cows in ⓔthe Gyeonggi Province are haggard and boney. The skin on the neck ⓕis hardened and the back becomes hollow. But they don't look tired even ⓖwhen traveling hundred miles with heavy loads and working ⓗin the field for hours."

ⓐ from → during from은 출신을 표현 함, 옛 사람이 어디 출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색함
ⓑ has written an interesting story about a cow → wrote about cows 옛날 사람을 주어로 현재완료 시제를 쓰면 어색함
ⓒ Despite his outstanding literary talent, his writing was "improper sentences" by Jeongjo, who advocated the restoration project. Lee Ok was banned from serving in the government, but he continued to write in his style. → In one piece, he wrote: 글의 취지와 관련 없는 내용 생략
ⓓ a cow slips and takes backward steps while pulling a heavy cart and climbing a steep hill → a cow slips while climbing a steep hill and pulling a heavy cart 필요한 내용 위주로 간결하게 표현
ⓔ the Gyeonggi → Gyeonggi 도 이름 앞에 관사 쓰지 않음
ⓕ is hardened and the back becomes hollow → becomes hardened and the back hollow 상태가 아니라 변화이므로 is가 아닌 become을 쓰고 and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반복되는 부분은 생략함
ⓖ when → after 피곤한 지 아닌지는 일을 다 시킨 후 따져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함
ⓗ in the field → in the fields 소가 일하는 밭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음


Writing Tip

Lee Ok, a man of letters ⓐduring the reign of King Jeongjo, ⓑwrote about cows. ⓒIn one piece, he wrote: “When ⓓa cow slips while climbing a steep hill and pulling a heavy cart, the master reproaches it. So the cows in ⓔGyeonggi are haggard and boney. The skin on the neck ⓕbecomes hardened and the back hollow. But they don’t look tired even ⓖafter traveling hundreds of miles with heavy loads and working in ⓗthe fields for h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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