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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敵)과 친구를 가리지 않는 미국 정보당국의 무차별적 도감청 의혹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테러 방지가 목적인 미 국가안보국(NSA)이 외국 공관에 대한 도감청으로도 모자라 각국 정상들의 휴대전화까지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직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유출한 기밀문서에 따르면 NSA는 35개국 정상의 통화를 엿들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는 10년 넘게 도청했다. 또 한국·일본·프랑스 등 38개국의 주미대사관을 표적으로 도청과 사이버 공격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왔다. 미국이 전세계에 걸쳐 방대한 도감청망을 운영해온 것은 공개된 비밀이다. 따라서 새삼 놀랄 것은 없지만 문제는 그 실상이 겉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궁지에 몰린 미국은 도감청 의혹을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이를 정상적 첩보 활동이라고 우기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그제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외국 정상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기본 임무”라고 강변했다. 다른 동맹국들도 다 하는 일이라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첩보 활동의 실상이 베일에 가려져 있을 때 할 수 있는 얘기지 수면 위로 드러난 다음에는 변명이 될 뿐이다. 일단 실상이 노출되고 나면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외국 정상의 휴대전화를 엿듣고 공관을 도청하는 행위는 명백한 주권침해이고, 프라이버시를 무시한 범죄행위다. 우방국들도 미국이 수집한 정보의 도움을 받고 있지 않느냐는 말로 뭉개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NSA가 주미한국대사관을 도청했다는 의혹과 관련, 미 정부에 사실 확인을 요구한 결과 ‘동맹국들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으며 미 정부의 정보 활동에 대한 재검토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그제 밝혔다. 사실상 미국이 도청 의혹을 시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 만큼 없었던 일로 넘어갈 수는 없다. 미 정부에 엄중히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요구다.
NSA가 도청한 정상 중에 한국 대통령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미국에 확인을 요청하고 공식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이 쉽게 확인해 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그런 만큼 정상 차원에서 먼저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도청의 불법부당성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야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보다 당당한 대응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동맹이라도 따질 건 따져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청와대와 주요 국가기관, 해외공관에 대한 방첩 활동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첩보전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뚫리지 않으려면 방패를 더욱 튼튼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하라고 국가정보원이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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