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grief w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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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grief worse

Though a provisional group memorial altar was set up inside the Olympic Memorial Hall in Ansan, Gyeonggi, relatives are deep in grief as the bodies of their loved ones salvaged from the capsized ferry Sewol arrived one after another at morgues in hospitals around South Jeolla.

But those relatives were also wary of unfamiliar faces. A housewife complained about representatives of various civic groups barging in on their grief and only making matters worse. As it turned out, a man who had been acting as an ad hoc representative of the families with missing children was actually someone who intended to run for office in June 4 local elections. He had nothing to do with the victims of the tragedy.

Families said that an outsider instigated them to try to march on the Blue House in Seoul to deliver their complaints about the government’s mishandling of the tragedy. Some brokers reportedly approached distressed families with a promise to get their kids out from the sunken ship - at a cost of 100 million won ($96,302).

That’s not all. The establishment of the group altar was delayed by sharp disagreements among Gyeonggi, Ansan and the Gyeonggi Provincial Office of Education over its location. On the issue of autopsies, too, local politicians from the ruling and opposition parties are squabbling, determined to wring some political gain out of the tragedy.

Many volunteers are sincerely and selflessly trying to help the victims’ families recover from their losses. But the behavior of an evil-minded minority can inflict irrevocable anguish on the families. A psychiatrist at the Korea University Medical Center underscored that our society must help survivors to recover from the emotional trauma. What’s actually happening is the opposite.

The psychiatrist raised the possibility that many of the victims’ relatives could develop a severe anger disorder as a result of the disaster they witnessed live on television, which could lead to a fatal loss of trust in society as a whole. This would hardly be surprising. The captain and crew fled the ship, leaving the students behind. The 20-year-old ferry’s safety tests weren’t very credible. The government’s disaster management systems had gaping, loopholes, not to mention its repeated flip-flops on the exact numbers of passengers, survivors and those missing.

Anger disorders can end up in suicide. There is a need for national healing. The government must mend our rotten system. If that job is not properly done, we have no hope for the future.

JoongAng Ilbo, April 23, Page 30





세월호 침몰사고 일주일 만에 경기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 임시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고대하는 생존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시신이 속속 운구되는 광경에 안산은 또 다시 깊은 슬픔에 잠겼다.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가 있는 고잔동 일대,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병원, 올림픽기념관과 학교 주변엔 단원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근심어린 눈빛의 시민들도 서성였다. 한데 그들은 모두 외지인을 피하며 경계했다.
한 아주머니는 말했다. "이번에 이웃집 아들이 세월호에서 희생돼 빈소에 갔더니 웬 낯모르는 여자가 기자들을 상대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상주들도 모르더라. 온갖 단체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혼란스럽게 한다. 왜 슬픈 사람들을 가만 놔두지 않느냐."
실제로 이번 사고 현장엔 가짜들이 만들어낸 혼란이 적지 않다. 그동안 세월호 임시학부모대책위원회 대표로 활동했던 사람은 학부모가 아니라 예비 도의원 출마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자 가족에 따르면 '청와대에 항의방문을 하자'며 부추긴 것도 외부인이라고 했다. 방송 뉴스프로그램에 나와 민간잠수사를 사칭해 유언비어를 퍼뜨린 가짜가 있는가 하면, '1억원을 주면 아이를 꺼내주겠다'며 가족에게 접근하는 브로커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안산의 슬픔을 이용하려는 자들은 이들뿐만 아니다.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무리수도 여기저기서 돌출한다. 그동안 희생자 유가족들이 요구한 합동분향소는 오늘부터 올림픽기념관에서 '임시'라는 타이틀을 달고 운영된다. 경기도·안산시·도교육청이 분향소 설치 장소에 합의하지 못해 지금까지 미뤄져오다 그나마 임시로 운영에 들어갔고, 조만간 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야외 분향소를 설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당적이 다르다보니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또 시신 부검을 놓고 지역내 여야 정치권 인사들끼리 신경전을 거듭하며, 각자 불신어린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단원고 학생들이 마련한 촛불기도회에 각종 정치권 사회단체들이 끼어들어 온갖 구호를 외치고 선전을 해대는 바람에 학생들은 '외부인과는 촛불기도회를 함께 하지 않겠다'며 학교 안으로 피하기도 했다.
온국민이 안산의 슬픔에 동참하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 나가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돕고 있다. 실은 이런 선량한 이웃이 다수이지만 이들은 조용하다. 반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혼란을 부추기고, 마음을 어지럽히는 방해꾼들은 소수이지만 목소리가 크고, 이들이 끼치는 해악은 말할 수 없이 크다.
현재 구조된 학생들을 치료하는 한창수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말했다. "외상후 스트레스는 양면이 있다. 심리적 회복력을 발휘해 이를 이겨내면 몇 단계 훌쩍 성숙하고, 이기지 못하면 병이 된다. 환자들은 지금 외상후 성숙이냐 스트레스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지점에 와 있으므로 사회가 이들을 성숙으로 이끌도록 도와야 한다." 심리적 회복력은 본인의 체력과 성격, 그리고 주변의 지지와 안정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환자들을 도울 방법은 그들에게 지지와 안정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안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행태는 이처럼 치유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 교수는 또 "사고 당사자가 아니라도 가족과 안산 시민, 이 사고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외상 후 울분장애'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분장애는 사회가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기인하는데 이번에 초대형 재난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믿음이 심하게 손상되는 경험을 하면서 알게모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 학생들을 선실에 대기시켜 놓고 선장 등 주요 선원들이 모두 도망치고, 20년 된 중고 여객선이 불법개조되고 화물적재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안전 검사를 통과해 아무렇지도 않게 연안을 누볐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신뢰감은 크게 손상됐다. 그런데 이후 재난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돼 있음이 증명됐다. 사고 후 첫 브리핑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책임자라며 안전행정부 차관이 사고현황을 발표하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못해 "확인해 보겠습니다"를 연발하는 장면이 노출됐다. 이후 계속 나타난 허술하고 오락가락하는 관리 시스템은 온국민에게 정부 자체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울분장애는 폭력이나 자살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사고수습과 함께 범국민적 위로와 치유도 병행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회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잘 통제되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고, 일관된 지휘체계와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치적 탐욕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희생자 주변을 맴돌며 선동하는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우리 사회 신뢰의 근간을 흔든 병든 시스템을 도려내는 대대적인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에도 제대로 수습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병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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