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힐링은 기만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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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힐링은 기만이었나



S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가 1일 마지막 전파를 탔다. 시청률 저조로 ‘힐링캠프’가 폐지된다는 소식에 주변의 대체적 반응은 “여태 했어?”였다. ‘힐링캠프’라면 과거 유력 대선주자가 나가고 싶어 하는 1순위 프로그램 아니었던가. 이토록 고약한 세상 인심이라니.

누군가는 “안철수가 망가졌을 때 없어졌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힐링과 멘토, 그리고 트라우마는 한때 트렌드 3종 세트였다. 안 의원이 2년 전 민주당과 합치며 기성 정치에 투항했을 때 멘토가 사라지듯 힐링도 퇴색했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요즘 안철수 신당이 다시 가동되고 있으니 ‘힐링캠프’도 조금 더 연장해야 했을까.

성기완 계원예술대 교수는 “지난해 ‘헬조선’이란 말이 등장했을 때 힐링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했다. 죽지 못해 하루하루 연명하기 급급한데 위로해 준다니, 이 얼마나 한가롭던가. 여기에 금수저·흙수저 등 수저 계급론은 그야말로 쐐기를 박은 격이었다. “아프니깐 청춘이다”란 말처럼 힐링의 저변에 자리한 건 일종의 성장통(痛)이다. “힘들지, 얼마나 고생스럽니. 나도 마음이 너무 아프단다. 근데 지금만 잘 참으면, 조금만 지나면 곧 좋은 시절이 올 거야. 그러니깐 우리 견뎌보자”는 낭만주의적 사고 아래에서 힐링도 유통될 수 있었다. ‘현재 인내-미래 보장’의 논리였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출신 성분 탓에 아무리 ‘노오력’한다 한들 죽을 때까지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게 헬조선·흙수저 아니던가. 이 판국에 무엇을 버티랴. 그래서 “힐링 타령하고 있네”라는 냉소는 그저 ‘치유받은들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자조를 넘어 ‘어설픈 위로에 혹해 진짜 문제를 보지 못했어, 속은 거야’라는 분노의 기류마저 엿보인다.DA 300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나 힐링 퇴조의 수혜자는 개그맨 김구라다. 그가 지난해 MBC 연예대상을 탄 건 우연이 아니다. 힐링의 기본은 잘 듣는 것이다. 내러티브 형식이다. 하지만 ‘짤방’으로 대표되는 최근 콘텐트 소비 성향은 핵심만 골라 보기다. 맥락이 필요 없다. 이럴 때 콕콕 찌르는 김구라 화법은 제격이다. 그의 독설은 이젠 막말로 치부되기보단 통찰력이 담긴 고언처럼 간주된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어설프게 위로한다며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드느니 차라리 쓴소리일망정 정곡을 찔러주는 게 낫다는 반응이다. 통쾌함과 대리 만족을 느낀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유통기한이 지난 힐링에 그만 미련을 두었으면 좋겠다. 너무 각박해지고 삭막해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도 없을 듯싶다. 우린 이제야 현실이란 땅을 밟기 시작하고 세상을 직시할 용기를 갖게 됐는지 모른다. 위로를 갈구하는 자기 연민은 유아기적 행태다. 자신을 동정하는 동물은 이 세상에 없다. 아프니깐 청춘이 아니라 아프지만 어른이 돼야 한다.

최민우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내가 한 영작
Healing was ⓐa romantic rhetoric ⓑof endurance ⓒtoday leading to a brighter future. But no matter how hard you try, not much ⓓwould change if you are born with ⓔa clay spoon in Hell Joseon. How should we hold up any more? People are growing skeptical that healing ⓕwouldn’t help and feel deceived that half-hearted consolation ⓖdiverted us from looking at the real problems.


ⓐ a romantic rhetoric → romantic rhetoric 미사여구를 뜻하는 rhetoric은 셀 수 있는 명사이므로 a 첨가
ⓑ of endurance → for endurance ~에 대한의 의미로 for 사용
ⓒ today → of today’s struggles today만으로는 의미가 불충분함
ⓓ would → will 같은 문장 속의 if절도 가정이 아닌 직설
ⓔ a clay spoon → a dirt spoon clay는 찰흙을 뜻함, 일반 흙을 뜻하는 dirt로 표현
ⓕ wouldn’t → won’t 가정이 아닌 직설
ⓖ diverted → has diverted 현재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므로 현재완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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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was ⓐromantic rhetoric ⓑfor endurance ⓒof today’s struggles leading to a brighter future. But no matter how hard you try, not much ⓓwill change if you are born with ⓔa dirt spoon in Hell Joseon. How should we hold up any more? People are growing skeptical that healing ⓕwon’t help and feel deceived that half-hearted consolation ⓖhas diverted us from looking at real problems.

내가 한 영작

Here, Kim’s cynical and straightforward style works the best. His biting remarks are considered bitter yet insightful ⓐadvices. In the complicated and chaotic world, people would rather hear ⓑto-the-point comments rather than roundabout consolation. Many find vicarious satisfaction from Kim’s language.



ⓐ advices → advice advice는 세지 않는 명사
ⓑ to-the-point comments → comments that get to the point

After proofreading

Here, Kim’s cynical and straightforward style works the best. His biting remarks are considered bitter yet insightful ⓐadvice. In the complicated and chaotic world, people would rather hear ⓑcomments that get to the point rather than roundabout consolation. Many find vicarious satisfaction from Kim’s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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