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orld in black and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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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rld in black and white

Bae Myung-bok, a senior columnist of the JoongAng Ilbo

Kim Hyung-suk, professor emeritus of Yonsei University, was born in 1920. He will turn 100 in two years time. He still writes and teaches. He is more famous as an essayist than a philosopher. I remember one passage from his latest book of essays, “After Living a Century.” He wrote on the fallacies of false dichotomy. “When asked what is the biggest shortcoming of the Korean people, I do not hesitate to answer it is the black-and-white reasoning that backs absolutism,” he wrote.

The professor of philosophy traces the roots of black-and-white thinking in Korea to a Joseon dynasty dominated by neo-Confucianism. The writings of Zhu Xi (1130-1200) helped build a rigid, disciplined and ceremonious lifestyle for Koreans over a span of the 500-year Joseon dynasty, to this day putting the Korean people in the habit of narrowing options to the most extreme two without regard to shades of gray in between. Although there cannot be absolute right or wrong and instead exist infinite possibilities, ancient Koreans deplored the color gray. Narrowing the world down to two extremes of black and white led to persistent bickering that has sickened society, Kim claimed.

President Moon Jae-in’s approval rating has skidded from near 80 percent to just above 60 percent. According to a Korea Gallup poll last week, his rating was 62 percent, compared to 79 percent after the ruling party won the June 12 local elections by a landslide. His rating among people in their 20s hovered below the average of 60 percent. It fell to 55 percent among the self-employed. Moon would be envied by leaders in the United States, Japan or France, where approval ratings are far lower.

The downward trend — falling for the sixth consecutive week — could be worrying. Economic and livelihood woes have taken a toll on the government. The Blue House does not have a magic wand to instantly resuscitate the economy and create jobs. So it instead came up with the idea of the president talking with ordinary people over beer in downtown Seoul.

The Moon administration’s economic policy is based on three pillars: income-led growth, innovative growth and a fairer economy. His income-led growth slogan has been tweaked to “inclusive growth” thanks to its major failures. The growth policy aims to ease disparities through minimum wage hikes and welfare increases for the working class to generate spending and growth.

Innovative growth proposes to remove regulations and nurture new growth engines for the economy. Economic fairness is aimed at lessening economic concentration on the chaebol and leveling the playing field by correcting unfair and unjust practices. The progressive platforms are under fire for being risky and experimental, but they are nevertheless widely adopted in many European countries.

No policy can bring immediate results. An attempt to change Korea’s economic paradigm requires persistence, but it is not easy to ask for patience from the people. The poor who lost jobs due to the minimum wage hike and shopkeepers who are at risk of closing down due to low profits are displeased with the government.

In a show of commitment to job creation, Moon put up a job board in his office as soon as he was inaugurated in May last year. But job conditions have worsened since. There is a limit to government hiring. The government cannot force companies to increase hiring, either. Its will has been shaken due to escalating criticism of its economic agenda. The government’s drive to reform the chaebol has lost steam, stirring protests from the liberals, civic groups and labor unions. The governing power is mired between the left and right.

If the administration steered clear of the fallacy of dichotomy and sought gray common ground, its policy may have had better results. The attempt to push up the minimum wage by nearly 30 percent in just two years has been most catastrophic. Conservatives should refrain from knee-jerk opposition. They should be both engaging and critical.

The old philosopher advises dialogue to escape the fallacy of excluding the middle. Finding a more acceptable solution and compromise through dialogue is the way of improving the lives of people. Moon’s economic agenda can only survive if fixes are made through dialogue.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3ㆍ1운동 이듬해에 태어났다. 내년이면 백수(百壽)다. 지금도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100세 인생’을 시범하고 있다. 그는 철학자보다 수필가로 유명하다. 얼마 전 그가 낸 에세이집 『백 년을 살아보니』를 읽다 한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흑백논리의 폐해를 언급한 대목이다. “우리 민족성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청중석에서 나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절대주의적 사고방식을 뒷받침하는 흑백논리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 연원을 김 교수는 주자 성리학에서 찾고 있다. 형식논리에 치우친 주자 성리학이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면서 회색을 인정하지 않는 절대주의적 사고방식이 뿌리내렸다는 얘기다. 현실에는 밝거나 짙은 수없이 다양한 회색이 있을 뿐 완전한 흑과 백은 존재하지 않는데도 우리 선조들은 회색을 가장 나쁘게 여겨왔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회색을 모두 배제하면 삶의 현실은 내팽개쳐지고, 흑백논리를 갖고 싸우는 동안 인간과 사회는 병들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가장 낮은 62%까지 떨어졌다. 지방선거 압승 이후 79%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반 새 17%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특히 20대의 지지율이 평균을 밑도는 60%로 떨어졌고, 자영업자의 지지율은 55%까지 급락했다. 지지율이 너무 낮아도 문제지만 너무 높은 것도 정상은 아니다. 30~50%대에서 왔다 갔다 하는 미국이나 일본·프랑스에 비하면 62%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추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주 연속 내리막이다. 지지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와 민생이다. 어느 날 갑자기 경기가 살아나고,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청와대의 진짜 고민이 있을 것이다. 공약을 이행한다며 느닷없이 퇴근길 시민들과 호프집 미팅을 한 문 대통령의 행보에서 절박함이 묻어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세 축으로 하고 있다. 포용적 성장으로 포장을 바꾼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취약 계층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로 소득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구매력 증진 효과가 성장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취지다.

규제 철폐를 통한 신(新)산업 육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이 혁신성장이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공정경제다. 위험하고 무모한 실험이란 비판이 있지만 사실 북유럽 여러 나라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어떤 경제정책도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라면 끈기를 갖고 진득하게 추진해야 하지만 국민에게 인내심을 요구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 탓에 당장 일자리를 잃는 빈곤층과 가게 문을 닫게 생긴 영세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정부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붙이고 고용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지만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정부가 만드는 공공 일자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나서야 하지만 기업이라고 무작정 일자리를 늘릴 순 없다. J노믹스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하자 정부도 흔들리고 있다. 재벌 개혁이 주춤거리고, 과거의 성장 우선 패러다임으로 회귀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발해 진보 진영 학자들이 성명서를 내고, 시민 단체와 노동 단체도 반기를 들고 있다.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가 흑과 백이 아닌 회색의 현실을 인정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J노믹스를 추진했다면 이 정도로 상황이 꼬이진 않았을 것이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보수 진영도 마찬가지다. 생각과 논리가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하고, 정책 실패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문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따질 건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는 길은 대화뿐이라고 강조한다. 대화는 상대의 얘기를 경청하며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이다. 아쉽더라도 회색의 중간지점에서 타협하는 것이다. 대화를 통한 해법의 지향점은 더 많은 사람의 인간다운 삶이다. 지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손 볼 건 손 보고, 덜어낼 건 덜어내는 것이 덫에 걸린 J노믹스를 그나마 살리는 길 아닐까. 다 붙들고 있다가는 다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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