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id I write that book?’ (KOR)
Published: 27 Sep. 2023, 07:45
Updated: 27 Sep. 2023, 07:49
The author is a Tokyo correspondent of the JoongAng Ilbo.
I was at a coffee shop in Machida, Tokyo Prefecture on September 19. Korean Japanese writer Park Kyung-nam drank a glass of juice and started to talk fast in Japanese. I was meeting her because of the Great Kanto Earthquake that occurred 100 years ago. Her 1992 book “When the Moon Rises” told the story of Tsunekichi Okawa (1877-1940), who saved more than 300 Koreans at the time as the chief of the Tsurumi Police Station. Because of the rumors that Koreans put poison in the wells, more than 6,000 Koreans were brutally killed.
What made Park write about Okawa? “I was born in Tottori Prefecture. When I was in school, my grandfather told me how he was nearly murdered when he visited Tokyo during the earthquake. Fear started to grow in my mind. ‘If a similar disaster happens again, will my friends and neighbors save me?’ I wondered. So I wanted to write about the stories of Zainichi — Korean Japanese living in Japan — and about the Korean Peninsula. I started to write in my 40s, and then I came across the story of Chief Okawa and became hopeful.”
Park managed to meet Okawa’s son, who showed her materials from the past, and the story of the police chief was made into the book. But it was not the end. A university hospital in Korea read her book and wanted to learn more about Okawa. As the son of Okawa was too old to travel, the grandson, Yutaka Okawa, and Park came to Korea in 1995.
Park said, “After the lecture, it was the grandson’s turn to speak. Then he said, ‘I thought about whether what my grandfather did deserve such praise. What my grandfather did was the normal and natural job of saving people’s lives. Why did my grandfather’s actions become a virtue? Japanese people were so cruel to Koreans at the time that even the most natural thing became praiseworthy. This is all I can say as one Japanese person. I am sorry.’ When I heard his words, I thought I could talk about the massacre of Koreans because of people like Okawa.”
It has been a month since the centennial commemoration of the Great Kanto Earthquake was held in Tokyo. As in the past 100 years, have the stories of Koreans who brutally lost their lives been forgotten in just one month? Some say relations between Korea and Japan have improved, but the Japanese government feigns ignorance. And the Korean government remains indifferent. Park said, “Isn’t it important to at least convey what happened at the time?”
한 재일동포 작가가 말하는 ‘내가 이 책을 쓴 이유’
김현예 도쿄 특파원
지난 19일 도쿄(東京)도 마치다(町田)시의 한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재일동포 작가 박경남씨는 시원한 주스 한잔을 쭉 들이키더니 일본어로 빠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를 만나게 된 건 100년 전 일어난 간토(關東)대지진 때문이었다. 1992년 그가 내놓은 책 『두둥실 달이 떠오르면』에는 당시 조선인 300여 명을 구한 쓰루미(鶴見) 경찰서장 오카와 쓰네키치(大川常吉·1877~1940)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더라는 괴담에 6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무참히 살해됐다. 당시 오카와 서장의 이야기를 박 작가는 어떤 연유로 책에 담았을까.
“저는 돗토리(鳥取) 현에서 태어났어요. 학창시절, 할아버지에게서 대지진 당시 도쿄에 갔다가 살해당할 뻔한 이야기를 듣고난 후 마음속에 공포가 움텄어요. ‘만약 이런 대재난이 또 일어나면 내 친구와 이웃은 날 구해줄까’ 생각했어요. 일본 속 자이니치의 이야기, 조선반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40대가 되고서야 글쓰는 일을 시작했어요. 우연히 오카와 서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희망을 품게 됐어요.”
그가 어렵사리 만난 오카와 서장의 아들은 당시 자료를 그에게 보여줬고, 서장의 이야기는 그렇게 책에 담겼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책을 본 한국의 한 대학병원에서 오카와 서장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연락을 해왔다. 서장의 아들은 고령이라 동행하지 못했고 대신 손자 오카와유타카(大川 豊)가 그와 1995년의 어느 날 한국을 찾았다.
“강연 뒤 손자분 인사차례가 됐어요. 그런데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조부가 그렇게 칭찬받을만한 일을 한 걸까 생각했어요. 조부가 한 일은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평범하고 당연한 일입니다. 왜 조부의 이야기가 미담이 되고, 책에 실리게 된 걸까요. 당시 일본인이 조선인에게 너무 심한 짓을 했기 때문에 당연한 일조차 칭찬받게 된 겁니다. 일본인의 한사람으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 한 마디밖에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생각했어요. 오카와 서장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오히려 조선인 학살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도쿄에서 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가 끝난지 벌써 한달이 돼간다. 지난 100년이 그랬듯, 무참히 스러져간 조선인들의 이야기가 불과 한달 만에 잊혀지는 건 아닐까. 한일관계가 훈풍을 탔다는데 일본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우리 정부도 뒷짐을 지고 있다. 박 작가의 말이다. “적어도 무엇이 중요한지, 사실을 전하는 것부터가 중요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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