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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놓은 설 민심대책을 보면 비대위가 왠지 조급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표심을 의식해 아예 대놓고 설 민심대책이라고 못박고 나선 것도 그렇거니와 내용 면에서도 졸속의 색채가 강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내놓은 설 민심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반값 전월세 대책을 추진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업종 구분 없이 1.5%로 인하한다’는 것이다. 일견 서민과 소비자를 위하는 대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실효성이 의심스럽거나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설 연휴에 맞춰 쫓기듯 대책을 만들어 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우선 ‘반값 전월세’의 경우 시장원리를 무시한 퍼주기식 지원책이란 혐의가 짙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재원을 바탕으로 서민들이 저축은행·보험사·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로부터 빌린 전월세 대출금리를 절반으로 낮춰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리차등은 금융회사들이 신용도와 상환능력을 감안해서 적용하는 금융의 기본원칙이다. 이를 무시하고 신용도와 관계없이 금리를 절반으로 낮춰준다면 신용질서가 흐트러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의한 자원 배분의 왜곡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신용도가 좋은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 일어나고, 저리대출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엉뚱하게 전월세 대출에 대한 가수요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재정부담을 하지 않고 주택금융공사의 보증능력을 활용한다지만, 어차피 돈을 떼이면 국민의 공적자금을 날리게 되는 것이므로 결국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편법 지원이 아닐 수 없다.
신용카드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1.5%로 낮춘다는 것도 얼핏 영세 가맹점과 일반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는 묘수인 듯이 보이지만 실은 부작용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 현행 평균 1.99%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가맹점의 업종 구분 없이 획일적으로 최저수준인 1.5%로 낮출 경우 당장 카드사들은 ‘마이너스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카드사들이 좀 손해 보면 어떠냐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가맹점 차별화와 소비자 혜택 축소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억지로 수수료율을 낮춘다면 카드사들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소규모 영세 가맹점을 배제하고, 카드 사용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축소할 수 밖에 없다. 결국은 카드 수수료 인하의 피해는 영세 가맹점과 소비자들이 뒤집어 쓰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민심을 반영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방향으로 당을 쇄신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것은 누가 뭐랄 것이 없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정책사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불쑥 내던지는 것은 곤란하다. 그보다는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것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있게 천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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