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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데일리

Tales from Tumen

[분수대]두만강   PLAY AUDIO

Mar 25,2009



Novelist Kim Ha-ki paid a heavy price for swimming in the restricted Tumen River that serves as the northeastern border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While traveling through Yanbian in the summer of 1996, he recalled he was lured by unknown forces to jump into the shallow moonlit waters of the Tumen. The novelist may have been overwhelmed by the emotional tide of the river or of being so close to North Korean soil. Or it may have been just a whimsical stunt under the influence of the copious amounts of alcohol he had enjoyed that night at an ethnic Korean restaurant. Regardless of his motivation, he waded into the roaring river and woke up later on its bank with guns pointed at his face by North Korean soldiers.

“What are you, comrade, a South Korean swimmer?” was the first question the North Korean security officer asked. He was later cajoled to stay in North Korea, get married and write novels.

When he was freed from espionage charges after repatriation to the South, he was greeted by South Korean security officials for more questioning. By providing intelligence to the North about long-serving North Korean prisoners refusing to shift loyalty to South Korea and information on the border areas he gathered as he talked with North Korean officials, he violated South Korean security laws. He was found guilty of violating the National Security Law and served a prison sentence of seven months.

Kim later recalled that the ordeal of interrogations from both the North and the South and the unavoidable signing of testimonies left a void in his mind.

As he trudged through the interrogation rooms, courtrooms and jail, he often felt a strong temptation to commit suicide.

Two female American journalists have been detained by North Koreans for more than a week now after crossing the Tumen River in search of a story about North Korean refugees.

Their arrest comes at a touchy time when Pyongyang is walking a tightrope, testing the new U.S. administration with its plan to fire a satellite-equipped rocket, a launch many fear is a test for a long-range missile.

Given North Korea’s history, there is a big chance that the two journalists may become pawns for political bargaining.

In 1995, North Korean authorities used the release of a young American, Evan Hunziker, who was held in North Korea for three months for alleged spying activities, to generate an exchange of envoys between Pyongyang and Washington.

Hunziker denied any spying charges and later shot himself in a motel after his release.

The tragedy of a divided country has produced too many victims dealt with wrongly by the heavy hand of history.


The writer is a deputy political news editor of the JoongAng Ilbo.

By Yeh Young-june [yyjune@joongang.co.kr]




두만강


두만강을 건넜다가 곤욕을 치른 이는 소설가 김하기였다. 옌볜을 여행중이던 1996년 여름, 귀신에 홀린 듯 달빛에 젖은 푸른 물을 밟으며 두만강에 뛰어들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분단과 미전향 장기수 문제를 천착해 오던 작가가 북녂땅의 지척에 선 감회를 주체할 수 없었던 탓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옌볜의 술집을 돌다 북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3차 술을 마신 뒤끝이었다. 우기에 불어나 강물은 성난 바다처럼 도도탕탕했다. 탈진한 그가 정신을 차린 곳은 건너편 회령쪽의 강기슭이었다. 북한군 1개 분대가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동무는 남조선 수영선수인가.” 북한 수사요원이 처음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줄곧 회령의 여관에 갇혀 취조를 받았다. “여기서 새 장가 들고 소설도 쓰지 않겠느냐”는 회유도 있었다. 스파이 혐의를 벗고 보름만에 풀려나자 이번엔 국내 정보기관의 수사를 받을 차례였다. 소설을 쓰느라 훤히 꿰고 있던 미전향 장기수의 복역 현황과 답사여행을 하며 알게 된 휴전선 일대의 지형지물을 북한 수사요원에 진술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살다 7개월여만에 특사로 풀려났다.
보름 사이에 남과 북에서 차례로 수사를 받고 진술서에 손도장을 찍는 경험은 극도의 정신적 상실감을 안겨 주었다고 김하기는 회고한다. 취조실과 재판정과 감옥을 전전하는 동안, 그의 뇌리에선 남북한 양쪽 모두에 환멸을 느끼고 결국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마는 소설속 주인공 이명준(최인훈 『광장』)의 혼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80년대 시국사범으로 법정에 섰던 그가 “저는 시대의 몽둥이에 맞아 좌충우돌하다 ‘바킹’된 당구공에 불과합니다”고 한 최후진술이 훗날 자신의 운명에 대한 예언이 될 줄은 본인도 몰랐을 터다.
두만강 언저리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미국 방송사 소속 여기자 2명이 북한에 억류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마침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예고로 북ㆍ미 관계의 물줄기가 어디로 흘러갈 지 모르는 미묘한 시점이다. 때문에 본인들의 의사에 아랑곳없이 정치적 흥정의 소재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거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1996년 역시 술에 취해 압록강을 헤엄쳐 건넜다가 신의주에 석달간 억류됐던 미국 청년 에번 헌지커 사건은 동해안 잠수함 사건 등으로 꽉 막혀 있던 북ㆍ미간 특사 파견의 구실로 활용됐다. 정작 풀려난 헌지커는 권총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말이다. 한반도 분단이란 ‘시대의 몽둥이’에 잘못 맞은 당구공이 어디 김하기 뿐이랴. 예영준 정치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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