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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보고체계 붕괴에 유착비리까지 눈치만 보는 ‘월급쟁이 경찰’ 모습들 조현오 청장 사퇴로 풀 단계 지났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전격 사퇴했다. 수원 성폭행 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대응과 축소•은폐가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분노 수위는 경찰총수 사퇴로 가라앉을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조 청장은 어제 사과문에서 “경찰의 무성의함이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고 축소와 거짓말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드렸다”고 했다. 목숨 걸고 112 신고를 했던 여성이 경찰의 무능 속에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다는 점에서 당연한 자책(自責)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는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경찰관들이 이른바 ‘룸살롱 황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비리에 무능까지 겹친 양상이다. 이제는 치안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수술에 나서야 할 때다. 경찰 조직의 무기력과 무책임은 곪을 대로 곪았다. 이번 사건에서 나타났듯 112센터는 피해 여성의 신고 내용을 현장 수사팀에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했다. 수사팀은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녔고 일부는 범인 집 앞에서 졸기만 했다고 한다. 관할 지방경찰청장의 경우 구조요청이 담긴 녹취록을 엿새 만에 보고받는 등 지휘•보고 시스템도 사실상 무너져 있었다. 수원의 경찰관들에게서 사명감 없이 소극적으로 일하는 시늉만 하는 ‘월급쟁이’의 행태를 확인하게 된다. 상관의 지시를 기다리면서 가능하면 사건을 뭉개는 데 익숙한 모습들이다. 관련자들을 문책하거나 112 사건처리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경찰관 채용부터 교육•훈련, 인사, 수사에 이르기까지 시스템 전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경찰 내부에 맡길 일이 아니라고 본다.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혁 방향이 왜곡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 역시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었다. 파면이나 해임, 직위해제 같은 충격 요법을 써왔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시민 대표 등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경찰 개혁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최우선 과제는 중앙집권적이고 수직적인 경찰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다. 미국에선 일선 경찰관이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한다. 반면 한국은 총경, 즉 경찰서장 바로 아래 직급인 경정마저 지시가 내려와야 움직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부에 집중된 권한을 내려보냄으로써 일선 경찰관들이 자신감을 갖고 수사 현장을 뛰어다니게 하지 않는 한 수원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 조직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경찰의 첫 번째 임무로 규정한 경찰법 3조가 무너지면 사회를 지킬 울타리도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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